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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함/사유

헤테로토피아, 비(非)일상적 공간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철학자 미셸 푸코가 제시한 개념으로

상상 속 이상적인 공간인 유토피아와 달리,

'현실 속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를 의미합니다

양립 되는 감정들로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두에게 다른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내는 공간

 

 

헤테로토피아는 공간에 대한 개념이긴 하지만

시간과도 관련이 있어 '초시간적 공간'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어릴적 책상 밑에 인디안 텐트를 만들거나

뒷산에 올라 친구들과 비밀 아지트를

만들어 놀기도 했었는데,

현실과 분리된 공간 속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놀 수 있었던 것이

동심을 지켜주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하지만 이상보다는 현실과 가까워지고

점점 그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할 때,

다시금 헤테로토피아와 같은 공간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그건 아마도 반복되는 일상이 가지는 무료함,

지루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일상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기에 

'반(反)일상' 보다는 '비(非)일상'을

희망하는 것이겠지요

일상의 틀 안에서 잠시 벗어나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상태를 말이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여행만큼이나

미술관을 자주 찾게 됩니다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짓는 화이트 큐브 공간이

일상과 단절되어 미술과 공간만이

유일해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에요

유년 시절의 상상 속 공간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공간을

찾았다고 볼 수도 있겠어요

 

 

*화이트 큐브 : 비평가 브라이언 오 도허티가

1976년 개념화한 전시 공간

흰 벽을 사용한 전시로 교회의 신성함,

법정의 엄숙함, 실험실의 신비함 등을 시각화한

이데올로기적 장소를 뜻합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이러한 공간은

우리에게 철학적 사유를 가능하게 합니다

 

 

올해는 맹목적인 긍정을 내려놓고,

현실을 마주하게 된 사건들이 많았던 한 해였어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심성을 길러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이분법적 시선에서 벗어나, 이상과 현실 사이

중용의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도

깊이 느끼게 된 한 해였지요

 

 

2024년, 올해는 어떤 한 해 였나요?

이상적인 미래만을 꿈꾸는 유토피아가 아닌,

현실 속에 존재하는 헤테로토피아에서

휴식을 통해 지나간 일은 가볍게 털어내고

다시 나아갈 힘과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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